
조선일보
1999년 10월 4일
숭실대 전문석(全文鋧·45)교수는 두 개의 명함을 갖고있다.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벤처기업 매직캐슬 대표. 컴퓨터 해커 침입차단 시스템을 만드는 매직캐슬을 설립한 게 지난 4월. 그 동안은 박사과정 학생이 대표였지만, 지난달 정식대표로 취임했다. 전 사장은 “사장이란 호칭이 아직 어색하지만 책임감은 더 많이 느낀다"고 했다.
부산대 김재호(金在浩·43)교수도 이달중 벤처기업 (주)MI대표로 취임한다. 그 역시 97년 회사 설립 후 3년 만에 사장이 되는 것. (주)MI는 고속 영상 카메라를 이용해 각종 제품의 미세한 하자를 검사하는 고속 영상처리 보드를 만드는 회사. 김 교수는 “LG에 납품키로 하는 등 올해 15억원 매출이 목표”라며 자신만만해했다.
‘교수 사장님'이 크게 늘고 있다. ‘1 실험실 1창업'을 장려하고 교수 겸직을 허용하는 내용의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이 최근 시행된 데 따른 현상이다. 교수가 대학 실험실에서 창업하려면 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예비 벤처기업을 확인받은 후 총장의 허가를 얻어 회사를 설립하면 된다.
지난 4월 엔젤클럽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자금지원을 받아 (주)에밀레사운드를 세운 숭실대 배명진(裴明振·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도 얼마전 사장이 됐다. 우리 고유의 에밀레종을 모형화, 원형에 가까운 소리를 재현했다. 현재 롯데, 신세계에 납품할 정도로 인기. 같은 학교 류희욱(화학공학과)교수 역시 미생물을 이용해 악취를 제거하는 바이오세인트 회사의 사장이다.
군산대에서는 최근 3명의 ‘교수 사장님’이 탄생했다. 김성호(金星鎬·37·제어계측과)-주종재(朱鍾才·43·식품영양학과)-김형주(金亨柱·39·토목공학부) 교수가 벤처기업 사장의 주인공. 김 교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 의료보조기 등 실생활 제품을 만드는 ‘마이크로 콘트롤즈’, 주 교수는 비만치료 음료와 비만 억제 효과가 있는 고추장을 생산하게 될 ‘동이마을 사람들’, 김형주 교수는 해안 연약지반의 효과적인 개발 정보와 처리기술을 제공하는 ‘토목기술 컨설팅’의 사장으로 각각 변신했다.